SKT 유영상 CEO 무상 교체 발표… 서비스 전부터 가입자들 몰려
확보한 승부 식 토토칩 순식간에 소진… 대리점, 하루 종일 사과하며 혼란

[파이낸셜뉴스] "저희 매장은 월평균 나가는 유심(USIM)이 5개다. 부랴부랴 유심칩 100개를 확보했는데 2시간도 안 돼 소진됐다."
서울 중구의 한 SK텔레콤 대리점 직원은 26일 "'승부 식 토토칩 있냐'며 들어오는 손님들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했다. 식사도 하지 못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저녁 6시부터 10분간 이 매장에 승부 식 토토칩 교체를 하려고 왔다가 돌아간 사람은 11명이었다. 전화벨도 끊임없이 울렸다.
10분간 11명 헛걸음
현장의 혼란을 야기한 건 하루 전인 지난 25일 유영상 SKT 대표이사(CEO)가 서울 을지로 SK텔레콤 사옥에서 진행한 '고객 정보 보호조치 강화 설명회'에서 발표한 내용 때문이다.
해킹 사고로 SKT 일부 가입자의 승부 식 토토 정보가 탈취된 가운데 모든 고객에게 승부 식 토토칩을 무상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무상 교체 서비스 개시 전인 19~27일 자비로 승부 식 토토을 교체한 고객에게도 소급 적용하기로 했다.

이에 무상 교체를 시행하는 28일에 앞서 이날 서울은 물론 전국 곳곳의 SKT 대리점에는 유심 교체를 하려는 가입자들이 몰렸다.
가뜩이나 가입자들의 불안감이 커진 상황에서 세심한 대책 없이 승부 식 토토칩 교체부터 발표해 혼란을 키웠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직원은 "우리도 승부 식 토토칩 무상교체 소식을 뉴스 보고서야 알았다"며 "준비할 틈도 없이 찾아오시는데 물량은 없고 하루 종일 사과만 한 거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결국 매장은 출입구에 '승부 식 토토 재고 없습니다'라는 손 글씨를 써서 붙여야 했다.
서울 종로구의 또 다른 SKT 매장 직원도 "사건이 발생하고 일주일이 넘었는데 대책도 만들지 않고 발표부터 하는 게 어디 있냐"며 "해킹의 책임을 현장 대리점이 다 떠안는 느낌이다. 우리도 피해자"라고 토로했다.
매장을 찾았다가 헛걸음한 가입자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한 가입자는 "전화를 걸었을 땐 승부 식 토토칩이 있다고 해서 서둘러 왔더니 모두 소진됐다는 말을 들었다. 복불복인 거 같다"면서 "주변의 다른 매장에 가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가입자는 "승부 식 토토칩 없다고 해서 돌아가려고 한다"며 "우린 피해자인데, 왜 우리가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도 승부 식 토토 재고가 없어 발길을 돌렸다는 사연이 다수 올라왔다.
혼란 부추긴 SKT 대응
이미 해킹 사고 후 SKT가 취약한 대응으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일단 해킹 공격을 받은 사실을 바로 고지하지 않아 피해 사실을 숨겼다는 의혹부터 나왔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최수진 의원은 SK텔레콤이 지난 18일 오후 6시 9분 해킹 의심을 인지했고, 같은 날 오후 11시 20분 해킹 공격으로 판단했지만 하루를 넘겨 신고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SK텔레콤이 24시간 내 해킹 공격을 보고해야 하는 규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승부 식 토토 무상 교체를 결정한 것도 사건 발표 이후 승부 식 토토보호서비스만 무료로 제공한다고 했다가 안일한 대처라는 비판이 강해지면서 뒤늦게 나온 조치다.
SKT 관계자는 "승부 식 토토 무료 교체를 공식적으로 시작하는 28일 오전 10시 전 최대한의 물량 확보에 노력하고 있다"며 갑작스럽게 수요가 몰릴 것에 대비해 교체 예약 신청을 받을 방침이라고 전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