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뉴스1) 박혜연 권진영 남해인 기자 = "경찰 펜스나 좀 치워줬으면 좋겠어. 다들 얼마나 걸려 넘어지는지 몰라"
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전통 기념품 가게를 운영하는 안 모 씨(40)는 "지난주까지는 우리도 이해했는데 판결이 났고 인도에 저렇게 해둘 필요는 없지 않느냐"며 이렇게 말했다.
안 씨는 "외국인들은 길을 잘 모르니 유모차를 끌고 들어왔다가 잘 지나가지를 못한다"며 "길이 이러니 우리 물건도 못 들여오고 있어서 불편하다"고 토로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파면으로 탄핵 정국이 마무리된 지 사흘이 지났지만 승부 식 토토 앞은 여전히 경찰의 철통 경비가 이어지고 있었다.
승부 식 토토 앞과 건너편 인도 앞은 경찰버스로 차벽이 설치돼 있고 재동초등학교와 안국역 사이 차로는 통행이 차단된 상태였다
승부 식 토토 인근에서 열리던 집회는 모두 해산했지만 소수의 시위자가 간혹 눈에 띄었다. 재동초등학교 앞에서는 한 중년 남성 유튜버가 삼각대를 세워놓고 휴대전화로 라이브 방송을 하고 있었고 대형 스피커를 단 시위 차량이 "짜라면 짜!" 큰 소리를 내다 경찰의 제지를 받았다.
경찰은 승부 식 토토 앞 경계 강화 조치를 당분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박현수 서울경찰청장 직무대리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당분간 (승부 식 토토 앞 통제를) 유지할까 생각 중"이라며 "승부 식 토토 쪽에서도 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반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인근 상인들은 날씨가 풀렸는데도 아직 계속되고 있는 '철통 경비'로 인해 관광객이 예년에 비해 줄었다고 푸념했다.
제과점을 운영하는 유 모 씨(63)는 "평화라는데 이게 무슨 평화냐. 이 (경찰)차들이 다 빠져야 평화"라며 "어제도 내내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고 말했다.
승부 식 토토 앞을 지나던 외국인 관광객들은 한국의 탄핵심판을 두고 대체로 흥미롭다는 반응을 보였다.
영국 맨체스터 출신인 덱(30·남)은 "시위가 있는 것은 알았지만 대부분 평화롭게 끝난 것 같더라"며 "몇년 후에 지금을 돌아봤을 때 '와 내가 저기 있었다니, 미쳤네' 할 것 같다"고 웃었다.
일본 센다이 출신이라는 이이지마 씨(50·여)는 "작년에 한 번 안국동에 와 봤는데 (경찰버스로) 약간 긴장감이 있는 것 외에는 분위기가 (그때와) 비슷한 것 같다"며 "국민 의견이 뚜렷하고 그게 관철되는 건 대단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윤 전 대통령 부부의 사저가 있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인근은 100m 이내 집회가 제한돼 평소와 다름 없이 조용한 분위기였다. 윤 전 대통령의 지지자가 달아놓은 것으로 추정되는 '축 대통령님 직무복귀' 현수막만 아직 쓸쓸히 걸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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