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TR보다 인원 100명 많지만
美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3명뿐
"외교·안보 등 전반에 걸친 업무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확대해야"
세계 무역질서를 뒤흔든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폭탄 뒤에는 200여명의 미국무역대표부(USTR)가 있다. 세계 최강 경제대국의 무역공세에 맞서는 한국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 인원은 310명으로 USTR보다 많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숫자에서 앞설 뿐 정작 미국 변호사 등 통상 현안에 신속하게 대응할 전문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게다가 최근 민간기업이나 로펌으로의 이탈마저 가속화되면서 위기대응에 빨간불이 켜졌다.
美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 3명뿐
"외교·안보 등 전반에 걸친 업무
대통령 직속 조직으로 확대해야"
■빠져나가는 토토 사이트 먹튀 검증 전문가
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산업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9~2024년) 산업부 통상교섭본부 직원 12명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한화케미칼, 고려아연 등 대기업과 로펌 등 민간기업으로 이직했다.
이탈의 주된 원인은 급여격차 때문이다. 통상 법무분야의 산업부 공무원과 로펌 변호사 간 급여 차이는 최대 3배 이상인 것으로 드러났다. 인력유출은 계속되고 있지만 민간에서 산업부로 이동하는 통상법률 전문가는 최근 10년간 단 6명뿐이며, 현재 재직 중인 인력은 단 1명이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상호관세 및 통상분쟁이 증가하고 있지만, 미국 변호사 자격증을 보유한 산업부 공무원은 박종원 통상차관보와 김세진 통상분쟁대응과장 등 단 3명에 불과하다. 민간 전문가 영입 노력 또한 미흡하다. 산업부가 올해 공고한 민간 출신 전문가 채용은 단 1명이다. 반면 최근 5년간 로펌에 지급한 자문료는 총 700억원에 달했으며, 연간 자문료는 2019년 80억원에서 2023년 162억원으로 두 배 넘게 증가했다.
산업부는 외부 아웃소싱이 국제적 통상 동향 파악에 효과적이며, 해외 사례에서도 일반적 방식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미국 상무부의 제너럴 카운슬은 로펌 출신 민간 변호사만 지난해 기준 21명에 달하는 등 우리와 현격한 차이를 보인다.
■통상조직·전문인력 확대 절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산업부 통상교섭본부의 조직과 인력을 대폭 확대하고 전문성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5급, 7급 공채에서 국제통상직 선발을 확대하고 전문인력에게는 국내외 전문 교육과 연수 기회를 확대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무원의 급여 인상이 어렵다면 적어도 통상 전문인력에게 교육 및 연수 기회를 우선적으로 제공, 인력유출을 방지할 필요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통상업무가 산업뿐 아니라 외교, 안보, 농업, 환경 등 국가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해 산업부 산하가 아닌 대통령 직속 범정부 통상조직으로 확대 개편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미국처럼 민관 인력의 자유로운 이동을 허용해 전문성을 확보하는 방안도 제안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윤리적 논란과 민관 경계로 인해 쉽게 도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의 통상 압력에 단순히 통상 문제로만 대응하면 결국 미국과의 협상에서 내줄 카드가 없어지게 된다"며 "통상교섭본부를 산업부 산하에 두는 것은 근시안적 접근"이라고 강력히 비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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