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년간 미국에 뺏긴 일승부 식 토토 80만개...관세 폭탄에 더 급증할 듯

[파이낸셜뉴스] "미국에서 80만 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그중 상당수는 연봉 10만 달러(약 1억 4600만원) 이상의 양질의 일자리다."
지난 2월 미국을 찾은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겸 SK그룹 회장이 미국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부위원장급 인사를 만난 자리에서 제시한 한국의 대미 고용유발효과치다. 지난 8년간 삼성전자, 현대차 등 한국의 주요 기업과 이들 기업의 1·2차 협력사들이 총 1600억 달러(약 230조원)를 미국에 쏟아부은 결과다. 미국 현지 '삼성로(텍사스주)', '제네세스로'(조지아주), 'SK로'(조지아주)등은 이러한 대규모 대미투자의 산물들인 것이다.
'80만개 일승부 식 토토'는 경기도 성남시 인구(약 91만명)에 맞먹는 인원이다.
한국에서 230조원을 끌어간 미국은 첨단 제조업 분야 추가 투자확보를 목표로 관세, 비관세 장벽 등 규제 칼날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노조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주 52시간 규제 등 기업 활력을 떨어뜨리는 노동규제, 대립적 노사관계도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한국의 제조업 기반을 사수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6일 재계에 따르면 최 회장이 미측에 제시한 80만개 직·간접적인 일자리 창출효과는 미국 경제분석국(BEA) 등의 제조업 고용유발계수를 고려할 때 매우 보수적으로 계산된 수치로 파악된다. 통상 제조업의 경우 100만 달러 투자 시, 10개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본다. 단순계산으로는 1600억 달러 투자 시 약 160만개 일자리가 생겨난다는 식이다. 지난달 말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밝힌, 현대차그룹의 미국 내 50개주에서 창출한 일자리만 57만개 이상이다.
80만개 일승부 식 토토 자체가 보수적으로 책정한 수치임에도, 한국 제조업의 메카인 울산광역시(통계청, 인구 109만명)의 취업자수(58만명)보다도 1.37배 많다. 심지어 울산시, 거제시(13만4000명), 창원시(7만명)등 3개 도시 합산 취업자수(78만명)를 웃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23년, 미국 텍사스주 두 개 반도체 공장(오스틴 공장, 테일러 공장)에 신규 및 추가 투자를 통해 약 3만8144개 일승부 식 토토를 새로 창출했다. 현대자동차, SK온 등은 조지아주와 켄터키주에 전기차 및 배터리 공장 설립으로, 해당 지역 고용의 10~14%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국의 비영리단체 리어쇼어링 이니셔티브에 따르면 지난 2023년 한국은 2만360개의 신규 일승부 식 토토를 만들며 중국 중국(1만8440개), 일본(1만8192개), 독일(1만6174개), 영국(1만4739개)을 제치고, 1위를 기록했다.
일승부 식 토토 유출의 '속도와 질' 모두 위협적이다. 트럼프 1기 이전 7년(2010∼2016년) 동안 한국의 직접 투자 등으로 미국에 생겨난 일승부 식 토토가 연평균 1546개였다면, 트럼프 1기 정부 4년간 연평균 5207개로 3배 이상 늘었고, 2021∼2023년엔 연평균 2만6602개로 폭증했다. 2만6602개의 일승부 식 토토는 삼성전자의 지난해 국내 신규 고용분(4716명)보다 5배 이상 많다. 더욱이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국내 주요 기업들이 직접 고용하고 있는 일승부 식 토토의 평균 연봉이 1억 4600만원 이상(한국무역협회)이다.
고질적인 인허가 규제 장벽, 대립적인 노사관계도 한국 제조업의 공동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가 6년 만에 착공에 들어간 것이 대표적 예다. 미국에 제철소 건설을 추진 중인 현대제철은 국내에선 업황 부진, 장기 파업 상태 등의 악재 속에 최근 희망퇴직을 받았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학과 교수는 "현재 한국의 산업공동화 위기는 미국의 적극적인 투자유인 정책, 관세 압박, 과거 한국 정부의 대미 투자 장려 분위기 등에 기인한 것"이라며 "특단의 대책이 없는한 당분간 국내 산업의 공동화 흐름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권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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