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트럼프 2기가 시작된 후 상승세를 보여준 미국 주식시장은 2월 하순 들면서 급락하기 시작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기준으로 한때는 취임 후 고점 대비 10% 이상 급락하기도 했다. 미국 증시가 높은 변동성을 보이자 덩달아 다른 나라 금융시장도 최근 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는 트럼프발 통상정책이 야기하는 불확실성과 무관하지 않다. 게다가 촘촘한 공급망으로 얽혀 있는 우방국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고율관세는 경제적으로만 보면 그 누구도 이득을 얻을 수 없는 조치이다. 불법이민과 마약에 대한 통제 미비를 이유로 두 국가에 대한 관세 압박이 시작되었지만 이들 국가가 어떤 수준까지 노력해야 미국이 만족하는지에 대한 기준도 제시된 바 없다.
트럼프 1기부터 바이든 정부를 거쳐 지금까지 변하지 않는 미국의 핵심 어젠다 중 하나는 미중 패권경쟁이다. 중국은 과거 소련보다 훨씬 어려운 경쟁 상대이다. 군사력만 위협적이었던 소련과 달리 중국은 군사력과 함께 경제력도 갖추고 있으며 더구나 전 세계 공급망 요소요소에서 길목을 장악하고 있다. 얼마 전 딥시크(DeepSeek) 충격에서 보았듯이 이제 중국은 첨단기술에서도 점차 미국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이렇듯 만만치 않은 중국과의 경쟁 국면에서 친구를 더 만들지는 못할지언정 적을 더 만들어 내는 미국의 행보는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동맹국까지 대상으로 하는 무차별적 관세폭탄이 중국과의 경쟁에서 승리를 보장할 수 있다면 지금의 보호주의가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훨씬 크다. 우선 미국의 관세 인상에 대해 상대국이 가만히 있지 않는다. 이미 유럽연합(EU)은 미국에 대한 강력한 보복을 예고하고 나섰다. 특히 이번에는 무역방어 도구로 EU가 2023년 도입하여 아직 사용한 적이 없는 '통상위협대응조치'(ACI·Anti-Coercion Instrument)를 미국에 대해 사용할 것도 검토하고 있다. 통상위협대응조치는 관세, 수출입 통제, 정부 조달 제한, 투자 제한 등 다양한 수단을 망라한 강력한 조치이다. 만약 EU가 미국에 대해 ACI를 발동할 경우 미국과 EU의 무역전쟁은 심각한 국면으로 치달을 수 있다. 대중견제 전선에 공동으로 나서도 모자랄 두 거대경제권이 서로 난사하는 분열적 상황이 되는 것이다.
아무리 미국이라도 모든 것을 혼자서 할 수 없는 시대이다. 당장 미국의 선박건조 능력은 중국에 비해 절대적 열세이다. 미국의 세계 건조시장 점유율은 0.1~0.2%로 미미하므로 해양패권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한국, 일본 등 조선강국 동맹국과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그 외 반도체, 배터리 등 중요 전략산업에서도 미국 혼자서는 최종재를 만들어 내지 못한다. 더구나 전 세계 공급망에서 중국의 영향력이 매우 크기 때문에 우방국 간 긴밀한 협력 없이는 미국도 회복력 높은(resilient) 공급망을 구축하기 어렵고, 더욱이 극단적 보호주의를 통해서는 이를 성취할 수 없다. 트럼프가 추구하는 '위대한 미국'은 단순히 군사력, 경제력이 타 국가에 비해 압도적이라고 해서 달성되는 것이 아니다. 군사강국이었던 소련이, 세계 2위 경제규모의 중국이, 다수의 국가들로부터 '위대하다'고 인정받지 못하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군사적·경제적 우위와 함께 보편적 가치의 수호자 및 세계질서 유지의 리더로 인정받을 때 비로소 미국의 위대성이 입증되는 것이다. MAGA(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목표는 우방국과의 긴밀한 협력 없이는 달성하기 어렵다는 점을 인식하기를 기대한다.
이태규 한국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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