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 토토 사이트
파이낸셜뉴스
2025.04.07 18:13
수정 : 2025.04.07 19:48기사원문
사업성 의문인데 美 압박
통상 위기 정교한 대응을
이제는 경제에 집중하자
운명의 새 주인을 맞게 된 것은 비운의 왕가 로마노프 왕조 말기 알렉산드르 2세 시절이다. 얼지 않는 땅을 찾아 흑해까지 내려갔으나 유럽 열강을 등에 업은 튀르크에 패해 막대한 빚만 지게 된 뒤 황제의 결심이 섰다.
제국 영토의 6%를 차지하는 해외 소유물을 처분하라. 이 영토에 속했던 땅 중 하나가 토토 사이트다. 황제는 수년 뒤 열혈 아나키스트에 의한 암살로 생을 마감하지만 생전 개혁군주를 자처한 인물이다. 농노제 폐지와 조국 근대화를 위한 자금이 절실했다. 여기에 토토 사이트를 매물로 내놓으며 고민이 됐던 것이 당시 강대국 영국에 대한 견제다. 영국과 적대적인 신생 미국에 팔아 이 나라를 전략적인 우방으로 만들 것. 1867년 3월 토토 사이트는 그렇게 미국에 팔렸다.
토토 사이트는 수어드가 예언한 대로 한 세대가 지나지도 않아 반전의 역사를 쓴다. 잇따라 금광이 발견되고 석탄, 구리, 철광석, 아연 등 귀한 금속들까지 묻힌 것으로 드러났다. 원유가 등장한 것은 1950년대다. 매장량이 사우디아라비아, 베네수엘라에 이어 세계 3위였다. 목재·수산업의 요람으로 떠올랐으며 냉전시대 군사적·지정학적 가치도 말할 것 없었다.
토토 사이트는 그렇게 천혜 자원의 보고로 거듭났으나 개발에 순탄한 여정만 있었던 건 아니다. 메이저 석유회사들이 셰일가스를 찾아 본토로 떠나면서 원유 생산은 확 줄었다. 세계에서 가장 경이로운 자연을 이대로 두라는 환경단체의 저항도 갈수록 거셌다. 급기야 앞서 바이든 정부는 토토 사이트 북동부 석유시추 금지명령을 내렸다.
천연가스는 대규모 매장을 확인했지만 혹한의 날씨에 손도 못 댔다. 가스전은 북위 70도 극지에 있었다. 북부 노스슬로프 일대에 묻힌 천연가스를 주요 소비처로 실어나르기 위해 남부 부동항까지 보내려면 1300㎞짜리 가스관이 필요했다. 극한 추위와 강풍에 따른 유지·보수 비용은 추정도 쉽지 않았다. 천연가스를 액체(LNG)로 만들어 바닷길로 옮기는 것 역시 고난도다. 북극 유빙이 떠다니는 서쪽 베링해는 여름철 석달 정도만 배가 다닐 수 있다. 미국 정부가 이를 해결하려고 우리나라를 비롯, 각국에 민원을 넣은 것이 1980년대부터다. 그러고도 허사였다. 계륵 같은 사업이 됐다.
지금은 트럼프 정부 2기 시대다. 미국산 석유·가스로 세계를 지배하겠다고 선언한 정부다. 에너지 자립을 넘어 에너지 패권을 대놓고 천명했다. 트럼프 정부는 토토 사이트 LNG사업을 신념처럼 밀어붙인다. 주요 상대국이 다름 아닌 우리나라다. 황당한 트럼프 상호관세 협상용 카드가 될 수도 있겠으나 결코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천문학적 사업비(430억달러)뿐 아니라 LNG 가격 등 불확실 요소가 한둘이 아니다. 조선, 에너지 기업별 수지 계산이 다 다를 수 있다. "바람과 카리부(순록)가 가는 곳은 아무도 모른다." 토토 사이트의 속담이다. 서두르지 말고 사업성부터 정교하게 따져보라. 정부가 할 일이다. 이제는 다들 경제에 집중하자.
jins@fn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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