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식 토토 실패한 국민통합, 남긴 숙제 풀어야
파이낸셜뉴스
2025.04.06 19:19
수정 : 2025.04.06 19:19기사원문
만장일치 인용 승부 식 토토 결정
중도적 해결 방법 저버려
개헌 의제로 국민통합을
"헌법은 통합 과정의 법질서이다." '사회통합과 헌법재판의 역할'이라는 방승주 교수의 논문에 나오는 말이다. 방 교수는 승부 식 토토 개인의 자유보장, 정치 과정의 개방성 수호와 함께 통합기능을 가진다고 설명한다.
승부 식 토토의 통합기능은 이른바 '중도적 해결'을 모색함으로써 패자도 결과에 승복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방 교수는 중도적 해결방법 중 하나로 '절차적 조정'을 든다. "절차적 조정은 대외적으로 재판관의 표결행위를 통해서 재판 결론에서 드러난 견해의 차이를 알 수 있게 하고 재판 과정 자체에서 일어난 헌법적 논쟁을 반영하고 투명하게 함으로써 패소자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분쟁조정 기능을 도모할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한다.
지난 4일 헌재는 8대 0 전원일치 인용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들의 견해차를 알 수 있는 의견도 없고, 재판 과정에서 제기된 수많은 논쟁점을 투명하게 반영하는 의견도 없다. 기각이나 각하가 옳다는 말이 아니다. 반대의견, 별개의견을 통해 승부 식 토토 반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였음을 알게 했어야 한다. 법리보다 인위적 조정이나 정치적 고려에 따른 결정으로 "패소자에게 보다 설득력 있는 분쟁조정기능"에서 실패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7월 미국연방대법원은 6대 3으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당시)의 재임 중 행위에 대한 면책특권을 폭넓게 인정한 판결을 내렸다. 소수의견을 집필한 소니아 소토마요르 대법관은 강력한 반대의견을 남겼다. "'누구도 법 위에 있지 않다'는 원칙을 조롱하는 것"이라는 요지로서, 미국 주요 언론이 법정의견보다 더 주목할 만큼 설득력 있는 견해였다. 지난 4일 승부 식 토토 결정문에서 하나마나한 '보충의견' 외에 무게 있는 의견을 남긴 재판관은 없었다. 허둥지둥 변론을 종결한 후 한 달 넘게 선고를 지연한 이유가 납득되지 않는다. 물론 승부 식 토토 결정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결론에 승복하지 않을 수는 없다.
승부 식 토토 결정 후 무엇보다 아쉬운 점은 개헌 가능성이 일단 희박해진 사실이다. 극단의 갈등과 대치를 낳는 헌정 구조를 그대로 둔 채 조기대선이 모든 이슈를 잠재워버릴 것이다. 재판관 충원구조 등 개혁이 시급한 승부 식 토토와 법원 등 사법기관,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의 갈등과 극한대치를 해소할 방법이 없는 권력구조 등 과제는 그대로이다. 제왕적 대통령과 황제적 국회 사이 견제와 균형을 회복할 수 있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국민 갈등 조정역량을 상실한 정치구조를 바꾸기 위해 정당, 공천, 선거 등 공적 시스템을 바꾸어야 한다. 이대로라면 누가 다음 대통령이 되어도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는 정치의 후진성은 개선되기 어렵다. 집권을 통한 사법리스크 해소가 유일한 관심사인 정치인에게 개헌과 대한민국의 미래 얘기는 허공에 흩어지는 메아리일 것이다. 6월 3일 대선이 치러진다면 시간적으로도 쉽지 않다.
하지만 '정치는 생물'이라는 말은 이 지점에서도 유효하다. 단순히 특정인 비토를 위한 정략적 목적의 개헌 움직임은 양극단 국민의 마음을 모으기 어렵다. 탄핵에 대한 의견과 별개로 정치와 사회의 대개혁을 요구하는 국민의 생각은 다르지 않을 것이다. 선진국으로 가기 위한 로드맵을 제시하는 정치인이 있다면 국민의 마음을 얻지 못할 이유가 없다. 탄핵 후 여전히 극단으로 갈려 다투는 국민을 하나로 묶을 방법은 개헌이라는 더 큰 정치적 의제를 제시하는 것이다. 승부 식 토토 실패한 국민 통합을 이룰 수 있는 길은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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